분류 전체보기2003 두 가지 패 지난봄, 어느 날 밤. 권대감 댁 무남독녀가 이대감 댁 맏아들과 혼례 날짜를 잡아 놓고 별당에서 바느질을 하던 중 깜빡 졸다가 등잔을 쓰러뜨려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하인들이 나오고 이웃들도 몰려와 바가지와 대야로 물만 퍼부었지 불길이 워낙 사나워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때 권대감 댁 총각집사가 바가지로 물을 뒤집어쓴 후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모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총각집사가 혼절한 아씨를 안고 나왔다. 사흘 만에 아씨는 깨어났고 종아리에 가벼운 화상을 입었을 뿐 사지와 이목구비는 멀쩡했다. 권대감과 안방마님은 딸을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아씨를 살려 낸 총각집사도 한달여 만에 자기 방에서 나와 얼굴을 드러냈다. 그는 중화상을 입어 등과 허벅지 그리고 오른쪽 뺨과 목덜미에.. 2021. 4. 12. 추노 민 대감집서 도망친 열여섯살 옥주. 애꾸 추노꾼 변 처사가 쫓아가는데… 삼년 전, 민 대감이 명월관에서 천하일색 동기(童妓) 옥주의 머리를 올려주고 서촌에 아담한 기와집을 사서 그녀를 들어앉혔다. 저녁에 명월관에도 나가지 못하게 했다. 민 대감은 임금이 주관하는 궁중연회에도 고뿔 걸렸다는 핑계를 대고 퇴청해 서촌으로 달려가 옥주를 껴안았다. 열여섯살 옥주는 여자로서 아직 무르익지 않아 민 대감이 치마를 벗길 때마다 애를 먹었다. 그것이 오히려 민 대감을 미치게 했다. 옥주가 자주 흘리는 눈물도 민 대감의 혼을 뺐다. 친정어머니 병문안 다녀오겠다던 옥주가 열흘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 집사를 보냈더니 친정 주소가 가짜였다. 도망을 간 것이다. 함께 도망간 놈은 옥주가 권번에 팔려가기 전 혼례를 올리기로 약속.. 2021. 4. 12. 전화위복 공씨댁은 설움이 북받쳤다. 동네 여자들이 한양 구경을 가는데 혼자 빠질 판이다. 맏아들에게 한양 구경 가겠다고 얘기했더니 “이 보릿고개에 어찌 그리 한가한 말을 한다요.” 핀잔을 주었고, 고개 너머 둘째아들에게 얘기했더니 “사람만 북적거리는데 뭣하러 사서 고생하려고 그래요.” 퇴박을 줬다. 그날 밤 공씨댁은 이 생각 저 생각에 한숨도 못 잤다. 공씨 가문에 시집온 게 벌써 스물네 해다. 시름시름 앓던 신랑이 죽고 몇년 후 시부모도 이승을 하직하자 몇마지기 안 되는 논밭이지만 혼자서 농사짓고 길쌈하며 이를 악물고 두 아들을 키웠다. 매파가 좋은 재취자리를 얘기할 적마다 호통쳐 내쫓고 몸이 달아오른 밤이면 허벅지를 바늘로 찌르며 두 아들만 생각하고 살았다. 이제 두 아들을 차례로 장가보내 먹고살도록 논밭도 .. 2021. 4. 12. 인정 많은 수월댁 조실부모하고 장가도 못 간 채 약초 캐고 산삼도 찾아 산을 헤매는 두 형제는 앞집 수월댁을 누님이라 부른다. 노총각 둘이 사는 집이라고 수월댁은 김치다 반찬이다 수시로 갖다 주고 때때로 쌓여 있는 빨래도 해 주고 바느질도 해 준다. 두 형제도 산삼이라도 캐서 한약방에 팔고 나면 경쟁적으로 박가분이다 방물이다 옷감 등등을 사서 수월댁에게 보답했다. 지난해 가을 어느 날, 동생은 산에 가고 형은 발목을 삐어 집에 드러누워 있는데 수월댁이 죽을 쒀 들고 왔다. 발목을 주물러 주던 수월댁이 곁눈질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형의 하초가 차양막 지주처럼 빳빳이 곧추선 게 아닌가. 인정 많은 수월댁은 나이 찬 총각이 기운은 용솟음치는데 장가도 못 간 것이 측은해 베푸는 김에 육보시도 하기로 했다. 산에 갔던 동생은 약.. 2021. 4. 12. 사랑해요 당신 / 김용택 사랑해요 당신 / 김용택 강 길은 호젓했어요. "누가봐, 누가 보면 어쩔라고." 그러면서 당신은 꾀꼬리다! 그랬어요 2021. 3. 13. 이 맛도 좀 보소 / 손경찬 이 맛도 좀 보소 / 손경찬 길가 건널목 모서리 장소에 자리 깔아 작은 난점을 펼쳐놓고서 장사를 하다말고 손님이 없는 잠시 시장기 때우려 군것질을 하네. 없이 살아도 인정만은 두터워라. 잘 익은 고구마 한 개를 먹다 말고 너무나 맛이 있다며 언니한테 권하는 말 "이 맛도 좀 보소" 2021. 3. 13. 이전 1 ··· 43 44 45 46 47 48 49 ··· 3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