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이야기97 산삼도둑 나무꾼 박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혼기를 한참이나 넘긴 딸이 올해는 가겠지 했는데 또 한해가 속절없이 흘러 딸애는 또 한 살 더 먹어 스물아홉이 되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딸년 탓이 아니라 가난 탓이다. 일 년 열두 달 명절과 폭우가 쏟아지는 날을 빼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산에 올라 나무를 베서 장에 내다 팔지만 세식구 입에 풀칠하기도 바쁘다. 가끔씩 매파가 와서 중매를 서지만 혼수 흉내낼 돈도 없어 한숨만 토하다 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세상에 법 없어도 살아갈 착한 박씨는 한평생 배운 것이라고는 나무장사 뿐인데, 요즘은 몸도 젊은 시절과 달라 나뭇짐도 점점 작아진다. 눈이 펄펄 오는 어느날, 그는 지게에 도끼와 톱을 얹고 산으로 갔다. 화력 좋은 굴참나무를 찾아 헤매던 박씨는 갑자기 털썩 주저앉았다.. 2018. 10. 28. 벼락 맞은 콩 조실부모하고 친척집을 전전하던 순둥이는 부모가 남긴 논 서마지기 문서를 들고 외삼촌 집으로 들어갔다. 변변치 못한 외삼촌이란 인간은 허구한 날 투전판을 쏘다니더니 금쪽같은 순둥이의 논 서마지기를 날려 버렸다. 열일곱이 된 순둥이는 외삼촌 집을 나와 오씨네 머슴으로 들어갔다. 법 없이도 살아갈 착한 순둥이를 모진 세상은 끊임없이 등쳐 먹었다. 죽어라고 일해 계약된 3년이 꽉 차자 오씨는 이런저런 핑계로 새경을 반으로 깎아 버렸다. 사람들은 사또에게 고발하라고 했지만 순둥이는 관가로 가다가 발걸음을 돌려 주막집에서 술을 퍼마시고 분을 삭였다. 반밖에 못 받았지만 그 새경으로 나지막한 둔덕산을 하나 샀다. 골짜기에 한칸짜리 초가집을 짓고 밤낮으로 둔덕을 일궜다. “흙은 나를 속이지 않겠지.” 그는 이를 악물고.. 2018. 10. 28. 찬모(饌母)의 눈물 이대감댁 하인(下人) 하녀(下女)들은 주인(主人) 내외(內外)를 하늘처럼 섬긴다. 주인의 인품(人品)이 훌륭해 잘못한 일이 있어도 눈감아 주거나 곱게 타이르지 고함(高喊) 한번 치지 않았다. 하인·하녀들이 짝지을 나이가 되면 이리저리 중매(仲媒)해서 혼인(婚姻)을 성사(成事)시켜 넓은 안마당에 차양막(遮陽幕)을 치고 번듯하게 혼례식(婚禮式)을 올려 준다. 허나 이대감(李大監) 내외가 가슴 아파하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열두살 때 이 집에 들어와 이십년(二十年)이 넘게 부엌일을 하는 찬모(饌母)를 서른셋이 되도록 시집을 못 보낸 것이다. 얌전하고 일 잘하고 입 무거운 찬모는 얼굴 빼고선 모자람이 없는 색싯감이건만 장가 오겠다는 총각(總角)이 없었다. 독실(篤實)한 불교신자(佛敎信者)인 안방마님이 9일 기도.. 2018. 10. 27. 왕형불형(王兄佛兄) 왕형불형(王兄佛兄) 《임금님의 형이면서 부처님의 형》 양녕대군 제는 태종의 맏아들이고 효녕대군 보는 태종의 둘째 아들이다. 처음에 양녕을 세자로 봉했는데, 학업에 힘쓰지 않고 음악과 여색에 빠지니 태종이 이에 그를 폐하고, 셋째 아들 충녕대군 도를 세워서 세자로 삼으니, 이 이가 세종이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양녕은 태종의 뜻이 세종에게 있는 것을 알고 곧 거짓으로 미친 척함으로써 그에게 양보했다.”고 한다. 평생토록 스스로 받들어 줌이 매우 두터웠고 술과 여색과 사냥 이외에는 한 가지도 손대지 아니하였다. 효녕은 불교에 탐닉하였는데 일찍이 불교행사를 열고서는 양녕을 청하였다. 양녕은 사냥꾼과 엽사를 거느리고서 누런 개를 끌고 사냥하는 도구를 싣고 와 몰래 토끼를 잡고 여우를 잡도록 시키고는 가서 불.. 2018. 10. 20. 상가승무노인곡(喪歌僧舞老人哭) 상가승무노인곡 ㅡ 여승(女僧)은 춤추고 노인은 통곡하다 조선시대 새로 등극하여 어진 정사를 펼쳐 태평성대를 이룬 임금(숙종)이 있었다 선비들은 글을 읽고 백성들은 잘 교화 되어 모두 맡은 바 소임에 힘을 쓰니 나라가 평안하고 인심은 후하였다. 어느 날, 임금은 백성들이 사는 모.. 2018. 10. 16. 절영지회(絶纓之會) 춘추시대 중국 초나라 장왕의 일화에서 만들어진 “절영지회(絶纓之會, *纓영: 갓끈)”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장왕이 나라의 큰 난을 평정한 후, 공을 세운 신하들을 치하하기 위해서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신하들을 아끼던 장왕은 이 연회에서 자신의 후궁들이 시중을 들게 했습니.. 2018. 9. 28.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