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형불형(王兄佛兄)
《임금님의 형이면서 부처님의 형》
양녕대군 제는 태종의 맏아들이고 효녕대군 보는 태종의 둘째 아들이다.
처음에 양녕을 세자로 봉했는데, 학업에 힘쓰지 않고 음악과 여색에 빠지니 태종이 이에 그를
폐하고, 셋째 아들 충녕대군 도를 세워서 세자로 삼으니, 이 이가 세종이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양녕은 태종의 뜻이 세종에게 있는 것을 알고 곧 거짓으로 미친 척함으로써
그에게 양보했다.”고 한다.
평생토록 스스로 받들어 줌이 매우 두터웠고 술과 여색과 사냥 이외에는 한 가지도 손대지
아니하였다.
효녕은 불교에 탐닉하였는데 일찍이 불교행사를 열고서는 양녕을 청하였다.
양녕은 사냥꾼과 엽사를 거느리고서 누런 개를 끌고 사냥하는 도구를 싣고 와 몰래 토끼를 잡고
여우를 잡도록 시키고는 가서 불교행사에 참여하였다.
조금 있다가 사냥꾼들은 잡은 짐승을 들여오고, 음식 만드는 사람들은 구운 고기를
들여오고, 시중드는 사람들은 술을 들여왔다.
보(효녕대군)는 이에 부처님께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는데 양녕은 구운 고기를 들고 술을
마시면서 태연하였다.
보가 얼굴빛을 바로하고 말하였다.
“큰형께서는 오늘 잠시 술과 고기를 그만 하십시오. ”
양녕이 웃으며 말하였다.
“나는 평생토록 하늘로부터 복을 받음이 매우 두텁다.
살아서는 왕의 형이요, 죽어서는 부처님의 형이 될 터이니 고생할 수가 없다.
” 부처는 보를 가리킨 것이다.
선비들의 의론이 그것을 유쾌하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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