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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시절

봄볕에...

by 진밭골 2009. 6. 23.

 

 

 

 봄꽃이 피면 겨우내 덮었던 이불가지들을 내어 말리곤 한다. 꽃향기를 가득 담은 바람은눅눅한 이불을 말리기에 더없이 좋다. 봄볕에 말린 이불을 덮고 자면 얼마나 보송보송한지 아이들도 이불 위에서 장난을 치다가 행복한 얼굴로 잠이 든다.  어릴적 어머니는 빨래줄에 이불을 널곤 했다. 무거운 이불은 돌담이나 낮은 지붕 위에 척척 널어놓았다. 바지랑대를 잘 받쳐 이불을 널면 바람이 일렁일렁 불어와 우리들의 놀이터가 되어주곤 했다. 한 번은 숨바꼭질을 한다고 이불 속을 누비며 장난을 치다가 빨래줄이 뚝끊어져 혼쭐이 난적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어머니에게 혼이 나는 것보다 그 광경이 우스워 엄마의 눈치를 보면서 깔깔거리곤 했다.

 

  햇볕 따스한 봄날, 웅크렸던 마음과 혹여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미워했던 마음까지 담아세탁기를 돌리고 손빨래도 해볼까 한다. 썩썩 비벼서 깨끗하게 행구어낸 빨래처럼 내 마음까지 말갛게 해줄 빨래들을 빨래줄에 널어놓으 것이다. 빠래와 눅눅한 이불이 봄볕에 말라가는 사이, 봄 바람이 가끔 불어와 춤추며 좋아라 하겠지?그런 모습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온몸이 개운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빨랫줄마다 걸려있는우리 가족의 옷에서 행복이 활짝 피어날 것만 같다.

 

                                                                   박인자 / 그린매거진('09.5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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