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다녀오자 마자 책보를 내던지고 밑구멍 얼기설기 새끼로 얽어맨 쇠 다래끼를 둘러매고바쁘게 쇠꼴을 베러 나선 1950년대 어느 날.콩머리 바랭이 봐두었던 그 자리를 찾아갔다.밭골 사이사이 드문드문 솟아오른 키 큰 옥수수 알갱이가 희끔거리면서 삐져나와 저녁 노을빛에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중 잘생긴 놈 하나를 골라서 사정없이 목을 잘라 다래끼 속에 감추고집에 돌아왔다. 쇠꼴과 함께 쇠죽솥에 넣어 한참을 끓이다가 쇠죽이 하얀 거품을 뿜고 소리를 내자 , 고부랑이로 뒤집어 옥수수 송이를 꺼내 숨겨놓고 식혀두었다.
그날 저녁, 부모님 모르게 친구 영철이네 집에 밤마실을 갔다. 영철이와 영철이 동생 영희, 나이렇게 셋이서 한 알씩 맛나게 까먹으며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다."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돚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말없는 달님이 창문 틈으로 우리를 부러운 듯 바라보며 지나갔던 그 날. 다시 돌아올 수 없었던행복한 시절,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그리워.
손동옥 / 그린매거진('09.6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