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더 강했던 새끼줄 - 금줄
"워~매" 금순네가 아들을 낳았는개비네. 저 빨간 고추 매단 것 좀 봐. 실허기도 허지."아이를 낳은 집에서는 금줄부터 내 걸었다. 거친 왼새끼를 꼬고 거기에 생솔가지나 숯고추등을 매달아 대문에 거는 걸 금줄이라고 했다. 아이가 딸인경우에는 새끼줄에 생솔가지나 숯, 흰 종이를 끼워서 금줄을 만들었고, 아들인 경우엔 빨간 고추를 더한다.
금줄은 삼칠일(21일)동안 치는데 금줄이 걸린 집에는 동네사람은 물론 가까운 친척도출입할 수 없었다. 금줄은 부정을 타지 말라는 주술적인 의미 뿐 아니라 면역력이 약한신생아를 외부와 차단함으로써 질병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기도 하다.
금줄은 출산 뒤 대문뿐 아니라 서낭당 등 신성한 곳이나 신이 있는 곳에도 걸었는데, 장이나 술을 담글 때도 장독에 금줄을 쳐서 부정을 막으려 했다. 20~30년 전만해도 금줄을 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길을 지나다가 금줄이 보이면 발이저절로 멈춰졌다. 금줄은 함께 지켜야할 규약이자, 신성함과 존엄의 횃불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농촌에 살던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버리고, 그들이 정착해 살고있는 아파트에는 아이를 낳아도 금줄 하나 걸어 놓을 곳이 없다. 설령 있다 해도 금줄을 걸어 사람의 발길을 경계하던 시절은 끝난 지 오래다. 하지만 '삼가하고 조심하기 위한것','공동의 선을 위한 규범'이라는 금줄의 의미만은 가슴에 품었다가 후손에게 전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