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서랍
권 선 희
일요일 아침
아내는 목욕탕 가고
밖엔 비 내린다
손톱깍기 하나 처박힌 곳 모르는
내 집이 낯설다
서랍 안에 서랍이 있다
내심 뒷돈이라도 꼬불쳐둔 것이기를 바라며
서랍을 연다
십 년이나 된 크리스마스 카드
첫차 구입 영수증
군복무 확인서와 해약한 적금통장
마른 오징어처럼 쩌억 눌러 붙어있다
제 꿈 하나 옳게 꼬불치지 못하고
아내는
내가 훌훌 벗어던진 것들만
주워 담고 살았구나
드응신
손톱을 깍기도 전에
살점을 뜯겼다
아내 슬리퍼가 빗소리를 끌고 온다
떨어진 마음 한점
얼른 서랍 속에 넣고 돌아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