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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음

아내의 서랍

by 진밭골 2010. 8. 24.

         아내의 서랍

                              권 선 희

 

일요일 아침

아내는 목욕탕 가고

밖엔 비 내린다

손톱깍기 하나 처박힌 곳 모르는

내 집이 낯설다

 

서랍 안에 서랍이 있다

내심 뒷돈이라도 꼬불쳐둔 것이기를 바라며

서랍을 연다

십 년이나 된 크리스마스 카드

첫차 구입 영수증

군복무 확인서와 해약한 적금통장

마른 오징어처럼 쩌억 눌러 붙어있다

제 꿈 하나 옳게 꼬불치지 못하고

아내는

내가 훌훌 벗어던진 것들만

주워 담고 살았구나

드응신

손톱을 깍기도 전에

살점을 뜯겼다

 

아내 슬리퍼가 빗소리를 끌고 온다

떨어진 마음 한점

얼른 서랍 속에 넣고 돌아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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