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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음

완행 열차 / 허영자

by 진밭골 2024. 5. 21.

 

           완행 열차

                                                       허영자(1938~ )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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