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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음

법주사

by 진밭골 2020. 9. 24.

 

   

  법주사

                                          안상학(1962~ )

 

구월이던가요

푸른 그늘을 걸어서 들어가는 길 누군가

팔상전 기와 중 유독 푸른빛 기와 하나 있다는데요

그 기와 찾으면 극락 간다고 하는데요

혼잣말처럼 흘리던 사람은 딴전이고요

정작 뒤에 가던 우매한 중생 하나

그 말을 날름 주워 들고서는

극락에 미련이 있는지 어쩌는지

팔상전 기와를 샅샅이 둘러보는데요

헛, 그, 참,

어디에도 푸른 기와는 없고 해서

우두커니 하늘만 올려다보는데요

문득 팔상전 꼭대기 위로 펼쳐진 궁륭의 하늘

그 푸른 하늘 한 장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아, 글쎄, 무릅을 치며 환호작약하더라니까요

허긴, 극락이 거기 있다는 소문은

벌써부터 파다한 세상이지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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