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주사
안상학(1962~ )
구월이던가요
푸른 그늘을 걸어서 들어가는 길 누군가
팔상전 기와 중 유독 푸른빛 기와 하나 있다는데요
그 기와 찾으면 극락 간다고 하는데요
혼잣말처럼 흘리던 사람은 딴전이고요
정작 뒤에 가던 우매한 중생 하나
그 말을 날름 주워 들고서는
극락에 미련이 있는지 어쩌는지
팔상전 기와를 샅샅이 둘러보는데요
헛, 그, 참,
어디에도 푸른 기와는 없고 해서
우두커니 하늘만 올려다보는데요
문득 팔상전 꼭대기 위로 펼쳐진 궁륭의 하늘
그 푸른 하늘 한 장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아, 글쎄, 무릅을 치며 환호작약하더라니까요
허긴, 극락이 거기 있다는 소문은
벌써부터 파다한 세상이지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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