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음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by 진밭골 2020. 6. 11.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모윤숙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혼자 누워있는 국군을 본다.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누른 유니폼 햇빛에반짝이는 어깨의 표지그대는 자랑스런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가슴에선 아직도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나는 듣노라!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나는 죽었노라,스물 다섯 젊은 나이에대한민국의 아들로나는 숨을 마치었노라.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미쳐 날뛰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드디어 드디어나는 숨지었노라.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자루,머리엔 깨지지 않을 철모가 씌워져원수와 싸우기에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그보다도 내 핏속엔더 강한 대한의 혼이 소리쳐나는 달리었노라.산과 골짜기, 무덤 위와 가시숲을이순신같이, 나폴레옹같이, 시이저같이조국의 위험을 막기위해 밤낮으로앞으로앞으로 진격진격!원수를 밀어가며 싸웠노라.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저 원수의 하늘까지밀어서 밀어서 폭풍우같이모스크바 크레믈린 탑까지밀어가고 싶었노라.내게는 어머니, 아버지,귀여운 동생들도 있노라.어여삐 사랑하는소녀도 있었노라.내 청춘은 봉오리지어가까운 내 사람들과 함께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었나니아름다운 저 하늘에 무수히 나르는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나는 자라고 노래하고 싶었노라.나는 그래서 더 용감히 싸웠노라.그러다가 죽었노라.아무도 나의 주검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그러나,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이여!숨지어 넘어진 내 얼굴의 땀방울을지나가는 미풍이이처럼 다정하게 씻어주고저 하늘의 푸른 별들이 밤새 내 외롬을 위안해주지 않는가?나는 조국의 군복을 입은 채골짜기 풀숲에 유쾌히 쉬노라.이제 나는 잠에 피곤한 몸을 쉬이고저 하늘에 나르는 바람을 마시게 되었노라.나는 자랑스런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내 조국을 위해또한 영광스리 숨지었나니여기 내 몸 누운 곳 이름 모를 골짜기에밤 이슬 내리는 풀숲에나는 아무도 모르게 우는나이팅게일의 영원한 짝이 되었노라.바람이여! 저 이름 모를 새들이여!그대들이 지나는 어느 길 위에서나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부디 일러 다오.나를 위해 울지 말고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저 가볍게 날으는 봄나라 새여혹시 네가 날으는 어느 창가에서내 사랑하는 소녀를 만나거든나를 그리워 울지 말고거룩한 조국을 위해울어 달라 일러다고.조국이여! 동포여! 내 사랑하는 소녀여!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간다.내가 못 이룬 소원,물리치지 못한 원수.나를 위해 내 청춘을 위해물리쳐다오.물러감은 비겁하다.항복보다 노예보다 비겁하다.둘어싼 군사가 다아 물러가도대한민국 국군아!너만은 이 땅에서 싸워야 이긴다.이 땅에서 죽어야 산다.한번 버린 조국은 다시 오지 않으리다.다시 오지 않으리라.보라! 폭풍이 온다.대한민국이여!이리와 사자떼가강과 산을 넘는다.내 사랑하는 형과 아우는서백리아 먼 길에 유랑을 떠난다.운명이라 이 슬픔을 모른 체하려는가?아니다. 운명이 아니다.아니 운명이라도 좋다.우리는 운명보다는 강하다. 강하다.이 원수의 운명을 파괴하라.내 친구여!그 억센 팔 다리.그 붉은 단군의 피와 혼,싸울 곳에 주저말고 죽을 곳에 죽어서숨지려는 조국의 생명을 불러 일으켜라.조국을 위해선 이 몸이숨길 무덤도 내 시체를 담을작은 관도 사양하노라.오래지 않아 거친 바람이 내 몸을 쓸어가고저 땅의 벌레들이 내 몸을 즐겨 뜯어가도나는 즐거이 아들과 함께 벗이 되어행복해질 조국을 기다리며이 골짜기 내 나라땅에 한 줌 흙이 되기 소원이노라.산 옆 외따른 골짜기혼자 누운 국군을 본다.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가슴에선 아직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진 밭 골의 일상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시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벽시계가 떠난 자리 (0) 2020.07.23 돌 하나 (0) 2020.07.18 조금 더 간 생각 (0) 2020.06.09 달은 하늘에 두고 (0) 2020.06.01 봄날에 / 김용택 (0) 2020.05.12 관련글 벽시계가 떠난 자리 돌 하나 조금 더 간 생각 달은 하늘에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