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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음

황금 이빨

by 진밭골 2019. 2. 24.

          황금 이빨

                                       권순진(1954~ )


구순의 친구 아버님이 얼마전 세상을 떠나셨다

오늘내일하실 무렵 병원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친굴를 귀 가까이 불러 앉혀놓고서

창용 애비야 내 이빨 이거 뽑고 가면 안 되겠나

요즘 금금이 좋다 카는데 입 안에 두 돈은 있을끼다

이게 다 애비 해준 거 아이가

저 세상 여행 떠날 채비 다 끝내고 일기예보 듣듯

금값이 치솟고 있다는 뉴스를 들으신 게다

이 세상 비 많이 내리고 저 세상 무지개 저편이라

우산은 두고 가시겠단다

이 세상 피붙이의 팔뚝에 촛농처럼

당신의 마지막 금붙이 녹여서 떨어트리고 가시겠단다

동맥 울울했던 당신의 팔 기운 다 빠져도

이제 힘쓸 일은 없다며

씹어야 할 남의 살도 질긴 푸성귀도 없다며

어금니 악물고 저 세상 문을 향해 걸어가지 않아도 된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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