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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음

탯줄을 잡고 간다

by 진밭골 2018. 6. 30.

                          탯줄을 잡고 간다

                                                                                  김기연(1964~ )


웃음 많은 동수아제 앞 못보는 엄니랑 단둘이 살았다

그 말의 절반은 흘림체였고 얼추 알아듣기도 쉬운게 아니었지

아제의 노래는 랩이었던가

- 으성자짜 안핑자짜 구니자짜 도리자짜

우리들은 담벼락에 오종종 붙어 서서 뜻도 모를 그 노래 따라 불렀다

- 아제 어디 가시니껴?

- 으성자짜

아지랑이 아물한 둑길로 의성 오일장 가는

늙은 母子

긴 막대기 나란히 의지 삼아

앞에는 아들 뒤에는 눈 먼 엄니

나무탯줄 부여잡고 가는 길

타박타박 들 지나고 산길 돌아서

으성자짜 안핑자짜 구니자짜 도리자짜

한 장(場)도 빠짐없이 어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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