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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음

구름과 아이

by 진밭골 2018. 7. 7.

                  구름과 아이

                                                                  강기원


한 아이가 구름을 끌고 언덕을 넘어갑니다

연줄을 구름에 걸어 풍선처럼 매달고 언덕을 넘어갑니다


구름은 기다란 뱀이 되었다가

돌고래가 되었다가

세상에서 제일 큰 바오바브나무가 되기도 합니다


한 개의 언덕을

두 개의 언덕을

넘어 넘어 가는 동안


웃는 얼굴이던 거인 구름은

검은 비 머금은 먹장구름이 됩니다

천둥, 번개, 소나기 뒤

다시 솟은 태양 앞에서 구름은

무지갯빛 반지가 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하늘에는

구름 조각가가 있나 봅니다


구름이 한 아이를 끌고 언덕을 넘어갑니다

언덕 하나 넘을 때마다


아이는

소년에서 청년으로

청년에서 어느 덧

구름머리할아버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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