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 아이
강기원
한 아이가 구름을 끌고 언덕을 넘어갑니다
연줄을 구름에 걸어 풍선처럼 매달고 언덕을 넘어갑니다
구름은 기다란 뱀이 되었다가
돌고래가 되었다가
세상에서 제일 큰 바오바브나무가 되기도 합니다
한 개의 언덕을
두 개의 언덕을
넘어 넘어 가는 동안
웃는 얼굴이던 거인 구름은
검은 비 머금은 먹장구름이 됩니다
천둥, 번개, 소나기 뒤
다시 솟은 태양 앞에서 구름은
무지갯빛 반지가 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하늘에는
구름 조각가가 있나 봅니다
구름이 한 아이를 끌고 언덕을 넘어갑니다
언덕 하나 넘을 때마다
아이는
소년에서 청년으로
청년에서 어느 덧
구름머리할아버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