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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음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by 진밭골 2018. 7. 7.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장옥관(1955~ )


어디서 피어오르는가

물안개 물에서 피어나고 메아리 첩첩 산에서

울려퍼지듯 사랑은 어디서 피어오르는가

몸도 아니고 마음도 아닌 곳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듯

너 없이도 혼자 피어오르는 것이

또한 사랑이어서

저 혼자 삭고 삭혀서 술이 되어 입술을 적시니

오늘 나 옛 노래의 청라언덕에 올라

대지에서 피어나는 흰 나리처럼

내가 네게서 피어날 적에, 네게서 내가 피는 것이

아니라 네가 내게서 피어오르는

기적을 만나느니

가지 꺽고 뿌리까지 파봐도

꽃잎 한 장 없는 나무에 봄마다 환장하게 매달리는

저 꽃들,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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