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장옥관(1955~ )
어디서 피어오르는가
물안개 물에서 피어나고 메아리 첩첩 산에서
울려퍼지듯 사랑은 어디서 피어오르는가
몸도 아니고 마음도 아닌 곳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듯
너 없이도 혼자 피어오르는 것이
또한 사랑이어서
저 혼자 삭고 삭혀서 술이 되어 입술을 적시니
오늘 나 옛 노래의 청라언덕에 올라
대지에서 피어나는 흰 나리처럼
내가 네게서 피어날 적에, 네게서 내가 피는 것이
아니라 네가 내게서 피어오르는
기적을 만나느니
가지 꺽고 뿌리까지 파봐도
꽃잎 한 장 없는 나무에 봄마다 환장하게 매달리는
저 꽃들, 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