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는 생각한다
신철규
의자는 생각하는 사람처럼 앉아 있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수평선이 그려진 그림을 바라보며
구름이 왼족 귀로 들어와 오른쪽 귀로 빠져나간다
다정한 연인처럼
창에 비친 서로를 바라보며 낡아가고 있다
삶의 절반 동안 기억해야 할 일들을 만들고
나머지 절반 동안은 그 기억을 허무는 데 바쳐진다
아무도 모르고 지나친 생일을 뒤늦게 깨닫고는 다음해의 달력을 뒤척거린다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툭 치고
이제 문 닫을 시간입니다, 라고 말해주기만 기다리고 있다
금방이라도 무릎을 짚고 일어설 것처럼
의자 위에 물음표 하나가 앉아 있다
구름의 초대장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