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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음

만월

by 진밭골 2018. 6. 9.

만월

               박이화(1960~ )


누군가 한 달에 한 번

노을처럼 붉디붉은 잉크로 장문의 연서를 보내왔다

미루어 짐작컨대

달과 주기가 같은 걸로 봐서

멀리 태양계에서 보내는 것으로만 알 뿐

그때마다 내 몸은

달처럼 탱탱 차오르기도 하고

질퍽한 갯벌 냄새 풍기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편지

찔끔, 엽서처럼 짧아지더니

때로는 수취인 불명으로 돌아갈 때도 있다

아마 머잖아 달빛으로 쓴 백지 편지가 될 것이다

불립문자가 될 것이다

허나 그것이 저 허공 속 만개한 이심전심이라면

이렇듯 일자 소식 없는 것이 몸경이라면

저 만면 가득한 무소식이야말로 환한 의소식

누군가의 말대로 내 몸 이제 만월에 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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