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
박이화(1960~ )
누군가 한 달에 한 번
노을처럼 붉디붉은 잉크로 장문의 연서를 보내왔다
미루어 짐작컨대
달과 주기가 같은 걸로 봐서
멀리 태양계에서 보내는 것으로만 알 뿐
그때마다 내 몸은
달처럼 탱탱 차오르기도 하고
질퍽한 갯벌 냄새 풍기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편지
찔끔, 엽서처럼 짧아지더니
때로는 수취인 불명으로 돌아갈 때도 있다
아마 머잖아 달빛으로 쓴 백지 편지가 될 것이다
불립문자가 될 것이다
허나 그것이 저 허공 속 만개한 이심전심이라면
이렇듯 일자 소식 없는 것이 몸경이라면
저 만면 가득한 무소식이야말로 환한 의소식
누군가의 말대로 내 몸 이제 만월에 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