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 / 이해인
잊혀진 언어들이
웃으며 살아오네
사색의 못가에도
노래처럼 비 내리네
해맑은 가슴으로
창을 열면
무심히 흘려버린
일상의 얘기들이
저만치 내버렸던
이웃의 음성들이
문득 정다웁게
빗속으로 젖어오네
잊혀진 기억들이
살아서 걸어오네
젖은 나무와 함께
고개 숙이면
내겐 처음으로
바다가 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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