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모음

꽃 따러 갔다가, 꽃 따라 가버렸지요

by 진밭골 2018. 4. 5.

꽃 따러 갔다가, 꽃 따라 가버렸지요

                                         김청수(1968∼ )


동생은 세상에서 겨우

백 일을 살다가 갔지요

세상 더 먹은 나는 살아남아

철딱서니 없이 이 골목 저 골목 쏘다녔지요


어미는 꽃 피는 봄날

꽃 따러 갔다가

꽃 따라 가버렸지요


우리 어머니

손놀림, 그렇게도 빨랐다더니

좋은 솜씨 칭찬도 자자했다더니

흰 명주옷 입고

하느적 하느적 나비 되어 날아가 버렸지요


병원 침대에 누워서

눈에 밟히는 어린 새끼들 남기고

그 새벽 어둠에 말려 가벼렸지요


'시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밤  (0) 2018.04.22
지는 꽃을 우얄끼고  (0) 2018.04.22
젖어든다  (0) 2018.04.04
달밤  (0) 2018.03.02
의상  (0) 2018.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