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해법을 놓고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미국은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이라는,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을 제기하고 있는데 반해 문재인 정부는 북한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 후 밝힌 ‘선(先) 보상 후 단계적 비핵화’로 기울고 있다.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말은 이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대로라면 북핵 해법을 놓고 한미 간 불협화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날짜가 27일로 확정된 후 곧바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을 북핵 합의 이후로 미룰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의 ‘단계적 해법’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으며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편에 서지 말라는 뜻이다.
미국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 25년간의 북핵 협상이 실패한 이유가 바로 ‘단계적 해법’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협상 단계를 잘게 나누고, 각 단계마다 협상을 지연시키거나 약속 이행을 거부하면서 엄청난 반대급부만 챙기고 핵 폐기는 무산시켰다. 김정은이 제안한 해법은 그런 속임수를 그대로 써먹겠다는 소리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문 정부의 해법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버리는 방식’ 운운하며 북핵 폐기와 평화협정 체결을 한꺼번에 교환하는 일괄타결 해법을 공언했다. 평화협정도 북핵의 완전 폐기가 검증`확인된 연후에나 검토해볼 문제라는 점에서 이 해법도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핵 폐기로 직진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해법으로 평가할 만했다.
하지만 문 정부는 이마저 버리고 김정은의 술수에 말려들 것이 뻔한 길로 들어서려 한다. 청와대는 그 이유로 리비아식 해법이 북한이 받아들이기 힘든 비현실적 접근임을 내세운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북한이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비현실적이란 자세는 맹목적인 현실 추수(追隨)일 뿐이다. 북한이 ‘선(先) 핵 폐기’를 수용하도록 능동적으로 현실을 만들어야 북핵 문제는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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