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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국정화는 단죄하면서 역사는 독점하려는 문 정부

by 진밭골 2018. 3. 31.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가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反)헌법적이고 불법적인 국정농단 사건”으로 결론 내린 것은 예상됐던 일이다. 과거 국정화 반대운동을 했던 인사가 들어 있는 인적 구성을 봐도 그렇고, 무슨 목적으로 조사위가 꾸려졌는지를 봐도 그렇다. 이런 조사위에 균형 있는 조사를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다. 국정화에 ‘불법’의 낙인을 찍기 위해 미리 정해 놓은 결론에 조사결과를 끼워 맞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조사위는 국정교과서를 태어나서는 안 될 적폐로 몰지만, 국정교과서는 좌편향 교과서의 범람으로 왜곡된 사실(史實)과 그릇된 역사의식에 학생들이 오염되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과도기적 진통이란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국정화는 옳든 그르든 좌편향 교과서에 책임 있는 인사나 단체들이 자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 집권 세력은 교과서 좌편향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을 때 무엇을 했나? 좌편향 문제는 덮어둔 채 국정화만 집요하게 비판하지 않았던가? 이런 이념적 편향은 집권 후 그 본색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권력을 잡으면 학생의 생각까지 지배할 수 있다는 듯이 교과서를 다시 좌편향으로 몰아간다.


  2020년부터 사용할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에 ‘자유 민주주의’에서 ‘자유’가 사라지고, ‘북한의 6`25 남침’ ‘북한 세습체제’ ‘북한 주민 인권’이란 표현도 실종된 것은 단적인 예다.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이념적 지향을 강요하는 오만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역사를 독점하려 한다고 박근혜 정부를 비판해놓고 이제는 자신들이 역사를 독점하려 한다. 참으로 지긋지긋한 ‘내로남불’이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뿐만 아니다. 국정화 작업에 참여한 공무원을 무더기로 수사 의뢰한 것은 정부 정책의 수행을 범죄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이 논리대로라면 차후에 현 집권 세력과 노선을 달리하는 정부가 들어섰을 때 현 정부의 정책을 수행했던 공무원도 벌을 받아야 한다. 이런 식의 과거 단죄는 국민 분열과 ‘두고 보자’는 보복 심리만 양산할 뿐이다. 답답한 현실이다.


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