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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청년 일자리 급하다고 ‘몸집 불리기’에 내몰린 공공기관

by 진밭골 2018. 3. 19.

  정부가 올해 공공기관 신규 채용 규모를 5천 명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15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년 일자리 대책 보고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올해 공공기관 채용 규모를 역대 최대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계속된 청년 일자리난에 정부가 또다시 손쉬운 공공기관 일자리에 손을 대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당초 올해 공공기관 채용 규모는 2만3천 명 수준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청년 실업난을 이유로 자율 정원조정 허용 등을 통한 공공기관 일자리 늘리기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신의 직장’으로 통하는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넘사벽’ 복지 수준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게 불과 얼마 전이다. 공공기관마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도 시원찮을 마당에 또다시 ‘몸집 불리기’에 내몰리는 것은 한마디로 기가 찰 일이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일자리위원회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 5년 ‘일자리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공공 일자리 81만 명 확충 계획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공무원 17만4천 명 충원을 비롯한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34만 개, 정규직 전환·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한 일자리 30만 개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런 식으로 늘어나는 일자리들은 한마디로 ‘세금의 힘’이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이라며 내놓은 새 청년 일자리 정책마저 ‘예산 쏟아붓기’에 발목이 잡힌 사이 국내 일자리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각종 규제와 경직된 노동시장을 피해 대기업들이 해외의 일자리만 늘리고 있어서다. 전경련이 조사한 2010~2016년 주요 대기업 7곳의 고용 현황을 보면 이 기간 국내 일자리는 고작 8.5% 늘어난 반면 해외 일자리는 70% 넘게 증가했다. 이쯤 되면 기업이 일자리 늘리기를 포기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국내 시장은 외면하면서 남 좋은 일만 시킨다’고 비난하겠지만 그 배경을 따져보면 기업만 탓할 일이 아니다.


  정부가 일자리 늘리기의 주체인 기업을 도외시하고 정부 주도의 일자리 정책에 계속 매몰된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가 당장 급하다고 공공 일자리에만 눈독을 들이다가는 국가 경쟁력 하락은 물론 국민 부담 증가는 피할 수 없다.


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