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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문재인 정부의 3가지 '확증 편향'

by 진밭골 2018. 5. 20.

2년 차 높은 지지율 믿고 검증된 對北 경험까지 외면
경제는 포퓰리즘 정책만 남발 "나만 옳다"…파시즘적 반응도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지났다. 5년 가운데 1년이니 아직은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한 정권의 첫 1년은 나머지 4년보다도 더 중요한 법이다. 문재인 정부 1년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후(厚)한 편이다. 지난 남북 정상회담 직후에는 80%를 넘어서기도 했던 지지율은 여전히 70%대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41.1%)과 수치로만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 1년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그 배경은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전(前) 정권의 완전한 붕괴 위에 세워진 정부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지난 1년간 이어진 '적폐청산(積弊淸算)' 작업은 박근혜 정부의 불통(不通)에 실망한 국민에게 충분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둘째는 내외적으로 밑바닥 민심을 흔들만한 악재(惡材)가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세계적 경기(景氣) 호조 속에서 우리 경제의 위기 요인이 별로 돌출하지 않았고 올 들어서는 남북 화해 무드의 빛에 가려 다른 모든 문제가 시야(視野)에서 사라지는 '착시(錯視)'가 일어났다.

  하지만 이런 행운이 문재인 정부의 '확증 편향(確證 偏向)'을 더욱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걱정스럽다. '확증 편향'이란 심리학적 용어로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을 뜻한다.

  오랫동안 TV 뉴스를 진행해 온 필자의 경험으로는 권력이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을 때와 그 정반대인 경우 모두 이 '확증 편향'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심이 완전히 떠나가고 있는데도 그렇지 않다고 믿은 박근혜 정부 말기와 지금 정치 상황은 정반대다. 그러나 적어도 필자 생각으로는 문재인 정부 역시 '확증 편향'에 빠진 게 분명해 보인다.

  그 첫째가 '남북 관계에 대한 확증 편향'이다. 남북 관계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조바심이 지나친 나머지 과거 오랫동안 축적되고 검증된 북한에 대한 경험까지도 외면하려는 경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경제에 대한 확증 편향'도 뚜렷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그리고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화가 불러온 경제 현장의 아우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귀를 닫고 있다. 일자리 문제가 최악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데도 냉정한 진단은 외면한 채 연일 '포퓰리즘' 대책만 쏟아내는 것 역시 '우리 생각이 틀렸을 리 없다'는 '확증 편향'의 결과로 보인다.

  셋째는 '정의(正義)에 대한 확증 편향'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로 탄생한 정부이며 따라서 이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촛불 정신에 반한다는 확신이 너무 강해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흔들어놓은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에 대한 여권의 태도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 문제는 여야(與野)를 떠나 민주주의의 근간(根幹)을 뒤흔드는 중대한 위협이다.

  그런데도 단지 대통령의 핵심 측근 김경수 전 의원의 이름이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의혹을 보도한 언론에까지 무차별적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내가 믿고 있는 것 과 다른 그 어떤 것도 용납할 수 없다는 '파시즘'적 반응이 아닐 수 없다.

  성공하려는 정치인과 정치 집단이 갖춰야 할 덕목(德目)은 '역지사지(易地思之)'와 '열린 자세'라고 한다. 정권을 잡은 경우라면 이 덕목은 더욱 중요해진다.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확증 편향'에 빠져 이 중요한 기본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살펴보길 바란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