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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음

팔공산 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

by 진밭골 2017. 12. 10.

팔공산 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

 

내 평생에 못생깄다, 못 생깄다, 컈쌓아도

이렇키 못 생긴 부처님은 처음본다

얼굴이 뭉툭하이, 울퉁불퉁한데다가

목은 오른 짝으로 약간 찌불텅 찌불시졌다

그라마 이 부처님은 우째서 이룩쿰 못 생기싰시꼬?

하하, 내사마 인자사 알겠구나,

이 부처님이 와 이룩쿰 못 생기싰는지,

옛날 우리가 째매 아파서 동내 의원한테라도 갈라 카마

의사 선생님이 하얀 까운에다가 미꿈하이 아주 잘 생깄기나

차림새라도 깔끔하마, 우리는 지레 겁도 나고

주눅이 들어서, 의사가 가슴에 청진기로 갖다 댈때에

웃도리 앞섶을 풀어헤치거나, 궁디이로 펄썩 까놓고

주사라도 맞는 일이 여간 뻐적잖을낀데

아 아, 그런데 이 부처님은 우리들이 기양 만만쿠로,

부처님 앞에서는 웃도리 앞섶도 쉽기 풀어헤치고

궁디이도 아무 데서나 까놓고 주사 맞아도 좋두록,

오직 중생들이 부처님 앞에서 마암 핀투록 할라꼬,

그래서 거북시럽은 마암이 안 들두룩,

부처님은 저럭쿠롬 못 생긴 얼굴로,

수더분하고 만만한 얼굴로 하고 계신 거이다

아아, 그래서 여게 있는 우리 부처님은 영원히

대자대비하신 약사여래(藥師如來)부처님이 앙이신가!

불쌍한 우리 중생들이 아풀 대 약 지어주고

병 고치주는 약사여래 부처님이!

 

/상희구의 시로 읽는 경상도 사투리


※찌불텅 찌불시졌다 : 기우뚱 기울어졌다 ※못 생기싰시

꼬 : 못 생기셨을까? ※ 그라마 : 그렇다면 ※내사마 인자사

알겠구나 : 나야말로 이제와서야 알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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