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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음

기쁨과 슬픔을 꾹꾹 담아

by 진밭골 2017. 11. 24.

                        기쁨과 슬픔을 꾹꾹 담아

                                                                             최지인


미술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속삭였다 내가 좋아하는 시야 나랑 함께 없어져 볼래?

고스란히 녹음되었다 그때


창밖 바라보며 그런 적 있었다 눈 뜨면 네가 있었던, 부러 늦잠 자던, 쌓인 잠들을 단

칸방 한족에 밀어 놓던


네 살갗이 내살갗에 닿았다 길가에 스포츠 양말 한 켤레 버려져 있었어 거런 걸 보면

부질없지 않아? 너에게도 풀리지 않는 일이 있겠지


늦은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 더는 더러운 개수대를 방치할 수 없다. 개수대

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박스는 접어서, 페트병은 구겨서 정리하자, 마음만 먹었다


읽지 않은 책은 읽지 않은 마음, 아니야, 그런 건 없다 책꽂이에 꽂을 수 없는 책들이

쌓여 있다 등이 보인다 궁리할 거리가 많은 등 젊음을 다 바친 등


우리는 아직 젊고 앞으로도 젊을 거야 그 때문에 고통 받을 거야 버는 돈이 적어서 요

절따위를 두려워해야 할 거야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은 많다 그중 하나가 사라지는 일 거기서 보았던 그림 기억해?


나는 너와 손잡고 그림 앞에 오래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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