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슬픔을 꾹꾹 담아
최지인
미술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속삭였다 내가 좋아하는 시야 나랑 함께 없어져 볼래?
고스란히 녹음되었다 그때
창밖 바라보며 그런 적 있었다 눈 뜨면 네가 있었던, 부러 늦잠 자던, 쌓인 잠들을 단
칸방 한족에 밀어 놓던
네 살갗이 내살갗에 닿았다 길가에 스포츠 양말 한 켤레 버려져 있었어 거런 걸 보면
부질없지 않아? 너에게도 풀리지 않는 일이 있겠지
늦은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 더는 더러운 개수대를 방치할 수 없다. 개수대
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박스는 접어서, 페트병은 구겨서 정리하자, 마음만 먹었다
읽지 않은 책은 읽지 않은 마음, 아니야, 그런 건 없다 책꽂이에 꽂을 수 없는 책들이
쌓여 있다 등이 보인다 궁리할 거리가 많은 등 젊음을 다 바친 등
우리는 아직 젊고 앞으로도 젊을 거야 그 때문에 고통 받을 거야 버는 돈이 적어서 요
절따위를 두려워해야 할 거야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은 많다 그중 하나가 사라지는 일 거기서 보았던 그림 기억해?
나는 너와 손잡고 그림 앞에 오래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