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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음

점점 장구가 되어가던 쌀통

by 진밭골 2017. 1. 5.

점점 장구가 되어가던 쌀통

                                                  상희구(1942 ~ )


대구 칠성동, 단간방 시절

작은 원통형의 분유통을 우리 집 쌀통으로 썼는데

쌀통이란 기이, 지 속을 텅텅 비우잉끼네, 자꼬 울더라


어느 늦은 봄날, 신새벽

몰래 일어나신 엄마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쌀통을 바가지로 긁자,



쌀통이 버어억 - 버어억 울었다


엄마가 한숨 섞인 소리로 내뱉았다

"아이고 내 새끼들 다 우짜꼬"

"아이고 내 새끼들 다 우짜꼬"


아, 장구든 북이든 쌀통이든 속을 비우면 다 우는구나!


*기이 : 것이, * 지 속을 텅텅 비우잉끼네 : 자기 자신의 속을 비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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