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장구가 되어가던 쌀통
상희구(1942 ~ )
대구 칠성동, 단간방 시절
작은 원통형의 분유통을 우리 집 쌀통으로 썼는데
쌀통이란 기이, 지 속을 텅텅 비우잉끼네, 자꼬 울더라
어느 늦은 봄날, 신새벽
몰래 일어나신 엄마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쌀통을 바가지로 긁자,
쌀통이 버어억 - 버어억 울었다
엄마가 한숨 섞인 소리로 내뱉았다
"아이고 내 새끼들 다 우짜꼬"
"아이고 내 새끼들 다 우짜꼬"
아, 장구든 북이든 쌀통이든 속을 비우면 다 우는구나!
*기이 : 것이, * 지 속을 텅텅 비우잉끼네 : 자기 자신의 속을 비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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