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모음

나무에 기대어

by 진밭골 2016. 1. 7.

 

나무에 기대어

                       도종환

 

나무야 네게 기댄다

오늘도 너무 많은 곳을 헤맸고

많은 이들 사이를 지나왔으나

기댈 사람 없었다

네 그림자에 몸을 숨기게 해다오

네 뒤에 잠시만 등을 기대게 해다오

날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왔다는 걸 안다

네 푸른 머리칼에 얼굴을 묻고

잠시만 눈을 감고 있게 해다오

나무야 이 넓은 세상에서

네게 기대야 하는 이 순간을 용서해다오

용서해다오 상처 많은 영혼을

 

'시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노루  (0) 2016.04.29
이별가  (0) 2016.04.29
밤드는 것  (0) 2015.10.29
그대 가을로 물들 때  (0) 2015.09.19
상(床)을 닦으며  (0) 201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