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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음

밤드는 것

by 진밭골 2015. 10. 29.

밤드는 것

                      이문길(1939~ )

 

대문을 열자

아내는 이미 다 내린 어둠 속에

서 있었다

 

어디 갔다 왔어예

 

뭣하러 묻나

종일 타향 강가에 앉아

해지는 것 보고 왔다

 

혼자 갔다 왔어예

 

그래 혼자서

백로 앉은 나락밭에

흰구름 가는 것 보고 왔다

 

경운기 소리 끝난 들 끝

먼 솔숲 속에 불켜이는 것 보고 왔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자꾸 말했다

흰모래 언덕에 밤드는 것 보고 왔다

아무도 없는 흰모래 언덕에

밤드는 것 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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