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드는 것
이문길(1939~ )
대문을 열자
아내는 이미 다 내린 어둠 속에
서 있었다
어디 갔다 왔어예
뭣하러 묻나
종일 타향 강가에 앉아
해지는 것 보고 왔다
혼자 갔다 왔어예
그래 혼자서
백로 앉은 나락밭에
흰구름 가는 것 보고 왔다
경운기 소리 끝난 들 끝
먼 솔숲 속에 불켜이는 것 보고 왔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자꾸 말했다
흰모래 언덕에 밤드는 것 보고 왔다
아무도 없는 흰모래 언덕에
밤드는 것 보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