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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이야기

김대건 신부님의 옥중 편지(발췌)

by 진밭골 2013. 11. 30.

 

 

  교우들 보아라. 우리 벗아. 생각하고 생각할지어다. 천주 무시지시(無始之)로 부터 천지 만물을 배설하시고 그 중에 우리 사람을 당신 모상과 같이 내어 세상에 두신 뜻을 생각할지어다. 온갖 세상일을 가만히 생각하면 가련하고 슬픈 일이 많다. 이 같은 험하고 가련한 세상에 한 번 나서 우리를 내신 임자를 알지 못하면 난 보람이 없고, 있어 쓸데없고, 비록 주의 은혜로 세상에 나고 영세 입교하여 주의 제자 되니 이름이 또한 귀하거니와 실(實)이 없으면 이름이 무엇에 쓰며, 세상에 나 입교한 효험이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주를 배반하게 되니, 주의 은혜만 입고 주께 득죄(得罪)하면 아니 남만 어찌 같으리오.

 

  우리 사랑하온 형제들아. 알지어다. 우리 주 예수 세상에 내려 친히 무수한 고난을 받으시고 괴로운 데로조차 성교회를 세우시고 고난 중에 자라게 하신지라. 그러나 세상 풍속이 아무리 치고 싸우나 능히 이기지 못할지니. 예수 승천 후 종도 때부터 지금까지 이제 우리 조선에 성교가 들어온 지 오륙십 년에 여러 번 군난으로 교우들이 이제까지 이르고 또 오늘날 군난이 치성하여 여러 교우와 나까지 잡히고 아울러 너희들까지 환난중을 당하니. 우리 한 몸이 되어 애통지심이 없으며. 육정에 차마 이별하기 어려움이 없으랴. 그러나 성경에 말씀하시되. 작은 털끝이라도 주 돌보신다 하고 모르심이 없어 돌보신다 하셨으니. 어찌 이렇다 할 군난이 주명(主命) 아니면 주상주벌(主賞主罰) 아니랴.

 

  주의 거룩한 뜻을 따르며. 온갖 마음으로 천주 예수대장의 편을 들어 이미 항복받은 세속 마귀를 칠지어다. 이런 황황한 시절을 당하여 마음을 늦추지 말고 도리어 힘을 다하고 역량을 다하여. 마치 용맹한 군사가 병기를 갖추고 전장에 있음 같이 하여 싸워 이길지어다. 부디 서로 우애를 잊지 말고 돕고 아우러. 주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환난을 걷기까지 기다리라. 할 말이 무궁한들 어찌 지필로 다 하리. 그친다. 우리는 미구에 전장에 나아갈 터이니. 부디 착실히 닦아 천국에 가 만나자.

 

  마음으로 사랑하여 잊지 못하는 신자들에게

                                 탁터 김대건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