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전주교구 사제들의 시국미사가 일파만파의 정치 사회적 파문을 부르고 있다.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또 어떤 범위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확인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18대 대선을 불법 부정 선거로 규정,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 것도 섣부르고 지나치지만, 국민 다수의 인식과 동떨어진 한 사제의 대북 안보인식은 실로 아연실색할 만하다. 또 그에 대한 사회적 반발과 정치권의 엇갈린 태도가 이대로 확장될 경우 정치.사회적 기류가 엉뚱한 방향으로 뒤틀릴 우려도 제기된다. 파문의 진원인 전주교구 당사자들의 자숙과 동시에 사회 전체의 냉정한 대응이 요구된다.
22일의 시국미사에서 전주교구 박창신 신부는"NLL(북방한계선) 문제가 있는 땅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싸야죠. 거게 연평도 포격" 이라고 밝혔다. 연평도 피격 3주기 전야라는 시기적 공교로움이 아니더라도, 그의 발언은 천암함 폭침 사건에 대한 의문 표시와 함께 국민적 공분을 사고도 남는다.
우리는 전주교구의 시국미사 내용이나 박 신부의 발언이 천주교 본부는 물론이고 정의구현사제단 전체와도 무관한 '전주교구의 일' 이라는 주교회의와 사제단의 해명을 믿는다. 사제단의 교단 내 지위가 전과 같지 않은 데다 평신도를 중심으로 한 반발이 날로 무성해지는 마당에 교단과 사제단의 집합적 지혜가 설마 그 정도일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이번 사태를 천주교 특정교구, 특정사제의 도가 넘은 일탈이나 인식의 왜곡으로 한정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특정인과 특정조직의 일탈이 뚜렸해져 자성의 계기가 될 수 있고, 무차별적 반발로 우리 사회가 무용하고 해악적인 이념 논쟁에 또다시 휘말려 들지 않을 수 있다. 그런 냉정함을 잃으면, 민주주의의 내실화에 불가결한 댓글 사건의 실체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이라는 과제 자체가 지워질 수 있다.
여당의 감정적 반응 자제와 함께 야당의 분명한 입장 정리, 종교의 자정능력을 믿는 사회의 차분한 눈길을 기대한다.
한국일보 사설 / 2013.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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