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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음

고단(孤單)

by 진밭골 2012. 2. 12.

 

 

         고단(孤單)

                                     윤병무

 

 

아내가 내 손을 잡고 잠든 날이었습니다.

고단했던가 봅니다

곧바로 아내의 손에서 힘이 풀렸습니다

훗날에는, 함부로 사는 내가 아내보다 먼저

세상의 만남과 손을 놓겠지만

힘이 풀리는 손을 느끼고 나니

그야말로 별세(別世)라는 게 이렇구나 싶었습니다

그날이 오면, 아내의 손을 받치고 있던

그날 밤의 나처럼 아내도 잠시 내 손을 받치고 있다가

내 체온(體溫)이 변하기 전에 놓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는 아내 따라 잠든

내 코고는 소리를 서로 못 듣듯

세상에 남은 식구들이 조금만 고단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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