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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음

슬픔을 건너는 법

by 진밭골 2025. 5. 31.

 

슬픔을 건너는 법

                                                  정하해

 

묵은 시래기 된장에 무쳐 국을 끓인다

된장이 밀어 올린 익숙한 냄새가, 오월 꽃이

아니어도 좋다

 

이것은 오래 묵혀둔

기억이, 잠시잠깐 건너오는 것이다

 

된장을 먹다보면 어딘가 시큰거리는

울음이 삭아있는 것 같아

엄마는

이렇게라도

나를 만나러 온 것이리라

 

저 냄새를 그때는 몰랐었다

어쩌다 눈물겨운 때가 불현듯 있어

그런 날로 돌아가기도 하고

 

한 그릇, 시래기 국을 먹으면 그리운 것은 늘

새것처럼 와서 잠시 앉았다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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