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건너는 법
정하해
묵은 시래기 된장에 무쳐 국을 끓인다
된장이 밀어 올린 익숙한 냄새가, 오월 꽃이
아니어도 좋다
이것은 오래 묵혀둔
기억이, 잠시잠깐 건너오는 것이다
된장을 먹다보면 어딘가 시큰거리는
울음이 삭아있는 것 같아
엄마는
이렇게라도
나를 만나러 온 것이리라
저 냄새를 그때는 몰랐었다
어쩌다 눈물겨운 때가 불현듯 있어
그런 날로 돌아가기도 하고
한 그릇, 시래기 국을 먹으면 그리운 것은 늘
새것처럼 와서 잠시 앉았다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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