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 지
김남조(1927~2023)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을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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