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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음

편지 / 김남조

by 진밭골 2024. 1. 15.

       

     편 지

                                      김남조(1927~2023)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을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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