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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음

아내와 나 사이

by 진밭골 2024. 1. 16.

 

     

   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 (1929~ )

 

 

아내는 76 이고

나는 80 입니다

지금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한 사이 입니다

 

요즈음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 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들어 오나 기다리는 것 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우리둘을 서서히 떠나고

마지막 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줄 모르는 날 도 올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

철학 ?

종교 ?

 

우린 너무 먼데서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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