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 (1929~ )
아내는 76 이고
나는 80 입니다
지금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한 사이 입니다
요즈음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 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들어 오나 기다리는 것 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우리둘을 서서히 떠나고
마지막 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줄 모르는 날 도 올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
철학 ?
종교 ?
우린 너무 먼데서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