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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방

판소리 ‘변강쇠가’ 기물타령(奇物打令)

by 진밭골 2021. 7. 24.

천생음골 강쇠놈이 여인의 양 다리 번쩍 들고 옥문관을 굽어보며

 

“이상히도 생겼구나. 맹랑히도 생겼구나. 늙은 중의 입일는지 털은 돋고 이는 없다.

소나기를 맞았는지 언덕 깊게 패였다. 콩밭 팥밭 지났는지 돔부꽃이 비치었다. 도끼날을 맞았는지 금 바르게 터져 있다.

 

생수처(生水處) 옥답인지 물이 항상 고여 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옴질옴질 하고 있노. 천리행용(멀리 뻗은 산맥) 내려오다 주먹바위 신통하다.

 

만경창파 조개인지 혀를 삐쭘 빼었으며, 임실 곶감 먹었는지 곶감씨가 장물이요, 만첩산중 으름(으름덩굴의 열매)인지 제가 절로 벌어졌다. 연계탕을 먹었는지 닭의 벼슬 비치었다.

 

파명당(무덤을 파서 옮김)을 하였는지 더운 김이 그저 난다. 제 무엇이 즐거워서 반쯤 웃어 두었구나.

곶감 있고, 으름 있고, 조개 있고, 연계 있고, 제사상은 걱정 없다.”

 

저 여인 살짝 웃으며 갚음을 하노라고 강쇠 기물 가리키며

 

“이상히도 생겼네, 맹랑히도 생겼네. 전배사령(벼슬아치를 인도하는 사령) 서려는지 쌍걸낭(큰 주머니)을 느직하게 달고, 오군문(五軍門) 군뇌(죄인을 다루는 병졸)던가 복덕이(갓)를 붉게 쓰고 냇물가에 물방안지 떨구덩떨구덩 끄덕인다.

 

송아지 말뚝인지 털고삐를 둘렀구나. 감기를 얻었던지 맑은 코는 무슨 일인고. 성정(性情)도 혹독하다, 화 곧 나면 눈물난다. 어린아이 병일는지 젖은 어찌 게웠으며, 제사에 쓴 숭어인지 꼬챙이 구멍이 그저 있다.

 

뒷 절 큰 방 노승인지 민대가리 둥글린다.

소년인사 다 배웠다. 꼬박꼬박 절을 하네.

 

고추 찧던 절굿대인지 검붉기는 무슨 일인고. 칠팔월 알밤인지 두 쪽이 한 데 붙어 있다.

물방아, 질굿대며 쇠고삐, 걸낭 등물 세간살이 걱정 없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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