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열매는 둥글다
박지영(1956~ )
그는 하늘 한 번 쳐다보지 못하고
밤하늘 별 한 번 세어보지 못하고
네모 방에서 일어나 네모 빵을 먹고 네모 대문을 열고
네모 엘리베이터를 타고 네모 버스를 타고 네모 지하철을
갈아타고 네모회사건물에 들어가 네모 책상에 앉아
회의를 하고 네모 컴퓨터를 보고 네모 스마트폰을 들고
네모 책을 보며 허공에 네모를 쌓아 올리다가
해가 지면 네모를 타고 네모 집에 돌아와 네모 침대에서
네모 꿈을 꾸며 서서히 네모가 되어간다
이 시대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포스트모더니즘은 사각사각 각을 세운다
그러나 모든 열매는 둥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