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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음

매미사랑

by 진밭골 2018. 8. 23.

          매미사랑

                                   박병희


나무에 눌러 붙어 매미가 운다

귀막고 눈 막고 푸를 뿐

나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떼쓰는 아이처럼

매미는 더욱 시끄럽게 운다

매미 울음 뜨겁고 애절해

마침내 빗장 풀어 가슴 연 나무

매미 소리 안아 들인다

이제 여름내 우는 건 나무이다

나무의 푸른 울음뿐이다

어쩔 것인가, 가령

한 계집이 한 사내에 와서

저토록 절절하게 울어 쌓는다면

돌 같은 그 사내 팔 벌리고 가슴 열어

마주 안아 울지 않고 어쩌랴!

그로 인해 단풍 들고 낙엽 져

겨울이 온다한들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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