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사랑
박병희
나무에 눌러 붙어 매미가 운다
귀막고 눈 막고 푸를 뿐
나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떼쓰는 아이처럼
매미는 더욱 시끄럽게 운다
매미 울음 뜨겁고 애절해
마침내 빗장 풀어 가슴 연 나무
매미 소리 안아 들인다
이제 여름내 우는 건 나무이다
나무의 푸른 울음뿐이다
어쩔 것인가, 가령
한 계집이 한 사내에 와서
저토록 절절하게 울어 쌓는다면
돌 같은 그 사내 팔 벌리고 가슴 열어
마주 안아 울지 않고 어쩌랴!
그로 인해 단풍 들고 낙엽 져
겨울이 온다한들 어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