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질
이 경(1954~ )
어머니 젖에 소태를 바르면서
엉겁결에 배운 숟가락질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질들을 배워야 하는지 모르고
밥알을 퍼 올리기 시작했을 게다
밥 한 술이 흙 한 삽과 맞먹는 줄 모르고
그것 때문에 호미질을 배우고
삽질을 배우고 쟁기질을 배우고
비럭질을 배워야 하는 것을 모르고
논바닥이 개울을 퍼 올리듯
아궁이가 땔감을 집어삼키듯
소가 콧구멍으로 하늘을 퍼 담듯
살을 끓어들이고 피를 끌어들이고 불을 끌어들이며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았을 게다
삽질을 놓고도 숟가락질은 남아서
바느질을 놓고 걸레질을 놓고도
숟가락질은 구차하가ㅔ 남아서
가장 먼저 시작해 맨 나중에 놓아지는
슬픈 숟가락질은 남아서
그래서 숟가락이라는 이름 뒤에
질이라고 하는 꼬리가 붙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