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모음

숟가락질

by 진밭골 2018. 1. 23.

        숟가락질

                                    이 경(1954~ )


어머니 젖에 소태를 바르면서

엉겁결에 배운 숟가락질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질들을 배워야 하는지 모르고

밥알을 퍼 올리기 시작했을 게다

밥 한 술이 흙 한 삽과 맞먹는 줄 모르고

그것 때문에 호미질을 배우고

삽질을 배우고 쟁기질을 배우고

비럭질을 배워야 하는 것을 모르고

논바닥이 개울을 퍼 올리듯

아궁이가 땔감을 집어삼키듯

소가 콧구멍으로 하늘을 퍼 담듯

살을 끓어들이고 피를 끌어들이고 불을 끌어들이며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았을 게다

삽질을 놓고도 숟가락질은 남아서

바느질을 놓고 걸레질을 놓고도

숟가락질은 구차하가ㅔ 남아서

가장 먼저 시작해 맨 나중에 놓아지는

슬픈 숟가락질은 남아서

그래서 숟가락이라는 이름 뒤에

질이라고 하는 꼬리가 붙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시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날 아침  (0) 2018.02.17
입춘 부근  (0) 2018.02.07
꼭지  (0) 2018.01.11
연하카드  (0) 2018.01.09
아, 노곡동(魯谷洞) 징금다리!  (0) 2017.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