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논 단

국회의장의 고언(苦言)

by 진밭골 2018. 1. 22.

  포르투갈을 방문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은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 "과거의 바람직하지 않은 (수사) 모델이 재판(再版)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면서 "피의 사실이 계속 공표되는 좋지 않은 관행은 언제 정상화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 전 대통령 수사 내용 중 미처 확인되지 않은 얘기들이 좌파 언론이나 여당을 통해 흘러나오는 현상을 지적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당시 이런 수사 행태에 분노했으면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 의장은 이를 '좋지 않은 관행의 재판'이라고 우려했다.

  국정원 특활비를 사적(私的)인 용도로 썼느냐 하는 문제 등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정 의장도 "수사에 성역은 없다"며 전 정권에서 잘못된 일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영국에서도 "일부러 전 대통령들 비리를 막 뒤져서 나오는 건 반대"라며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해 정상적인 국정 운영도 방해받을 정도로 거기에 몰두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아마도 현 대통령과 전전 대통령이 직접 성명전으로 정면 충돌하는 상황까지 치닫자 다시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정 의장은 지난 15일 신년 회견에선 "적폐 청산 때문에 국정 일부가 방해받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고, 갈등과 분열이 유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닷새 동안 세 차례 같은 내용의 걱정을 한 것이다.

  지금 세계는 미국 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굴기(崛起), 일본의 부활,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뛰고 있다. 미·중·일 등에선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고도 있다. 우리는 그 위에 언제 터질지 모를 북핵 문제까지 안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나라 밖에 나가서 보면 정 의장 아닌 그 누구라도 '우리가 이러고 있어도 되는가' 하는 걱정이 들 것이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