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논 단

남북 접촉이 한미동맹 균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by 진밭골 2018. 1. 5.

  김정은이 운을 띄우고 문재인 정부가 화답한 남북 당국 간 접촉이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한미 간 불협화음이 예사롭지 않다. 문 정부는 북한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 접촉 의사를 제시한 바로 다음 날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를 제의하며 ‘속도전’에 나섰다. 어제 북한의 판문점 연락 채널 개통 통보에는 “상시 접촉이 가능한 구조로 가는 것으로 평가된다”(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는, 현재로선 성급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소망적 관측’도 내놓았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반응은 동맹국이 맞느냐는 소리까지 나올 만큼 싸늘하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신년사에 안심한 사람이 있다면, 연휴 동안 샴페인을 너무 마셔 그럴 것”이라고 했다. 고도로 계산된 김정은의 유화 제스처에 덮어놓고 부화뇌동한다는 소리로 들린다. 북핵 문제 대응에서 백악관보다 상대적으로 온건했던 국무부도 다르지 않았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대화를 원하면 그들의 선택”이라며 “(미국은) 남북 대화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남북끼리 대화 잘 해보라’는 얘기다.


  문 정부 출범 이후 북핵 문제의 대응 방식을 놓고 미국의 불편한 심기 표출이 간간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그 이유는 김정은이 핵무장 완성을 위한 시간 벌기와 한미동맹 균열을 노리고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 접촉’이란 미끼를 던졌는데 문 정부는 그 속셈도 모르고 덥석 물었다는 불만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의 진정성에 매우 회의적이다. 미국과 한국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할지 모른다”는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의 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문 정부가 어떤 자세로 접촉에 임해야 하느냐는 분명하다. 이번 접촉에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의 일보 후퇴나 희석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문 정부에 대한 미국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균열이란, 최악의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한미동맹과 맞바꿀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문 정부는 잘 알아야 한다.

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