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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비판과 조언 모두 무시한 청와대의 국정원 개편안

by 진밭골 2018. 1. 16.

  청와대가 국가정보원`검찰`경찰 등 권력기관 기능 조정에 관한 정부 추진안을 발표했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국정원의 기능 개편이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청 산하의 ‘안보수사처’(가칭)로 넘기고, 국정원은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명칭을 바꿔 대북`해외 정보 수집에 전념케 한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국정원법 개정안 그대로다. 다른 것이 있다면 대공수사를 담당할 ‘안보수사처’ 신설을 구체화한 것뿐이다.


  그래서 그때 지적됐던 문제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선 국정원이 오랜 대공수사를 통해 축적한 노하우와 정보망이 사장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서훈 국정원장도 “대공수사를 가장 잘할 기관은 국정원”이라고 했다. 이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결국 청와대의 결정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안보수사처’는 안착할 때까지 오랜 기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이다. 이는 그때까지 우리 안보는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것임을 의미한다.


  국정원 업무를 대북`해외 정보 수집으로 국한한다는 발상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정보는 해외 부문과 국내 부문이 혼재돼 있다. 해외 부문과 국내 부문을 두부모 자르듯이 명쾌하게 구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서훈 원장은 “해외 정보와 국내 정보를 물리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며 이를 분명히 했다. 그런 점에서 대북`해외 정보 수집에 전념토록 한다는 발상은 정보의 본질에 무지한 탁상공론이다.


  수사와 정보 수집을 분리하는 것도 난센스다. 수사는 수사대로 정보 수집은 정보 수집대로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와 정보 수집이 일원화돼 있어야 수사도 정보 수집도 원활히 이뤄진다. 프랑스가 2008년 국내 정보기관(DST)과 경찰정보국(RC)을 프랑스 정보부(DCRI)로 통합한 이유다. 이를 포함해 러시아 정보부(FSB), 중국 안전부(MSS) 등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은 대부분 방첩(防諜) 수사권을 갖고 있다. 청와대의 방침은 ‘적폐’ 청산에 경도된 나머지 ‘국가 안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본질을 놓쳤다. 그런 식의 국정원 개편은 안 된다는 비판과 조언을 모두 무시했다. 아마추어들의 ‘안보 자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