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생방송으로 한 긴급 브리핑은 새 정부가 국정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그 '중대 발표'는 박근혜 청와대가 세월호 최초 보고 시간을 오전 9시 30분에서 10시로 조작했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참담한 국정 농단'이라고 했다. 그러자 그 30분 때문에 사람들이 더 죽었다는 얘기까지 뒤따르고 있다. 세월호가 처음 알려졌을 때 일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또 대통령이 지시한다고 사고 현장에서 사람을 구조하고 지시 안 하면 구조 않는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 30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정말 수도 없는 비난을 받았다. '30분'으로 얼마나 타격을 더 줄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중대한 현안이 쌓이고 쌓인 나라의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이 직접 TV 생방송에 나와 긴급 발표할 만한 사태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북이 핵실험을 하고 ICBM을 쏘고 괌 포위 사격을 위협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 완전 파괴를 연설할 때 청와대의 그 누구가 이런 식으로 중대 발표를 예고하고 TV를 불러모았는지 알지 못한다.
청와대의 긴급 발표는 바로 그다음 날 박 전 대통령 구속을 연장하기 위한 여론전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그 외에 달리 이유를 찾기 어렵다. 새 정부 국정기획위는 국정 과제 '제1호'를 박 전 대통령 유죄 받아내기로 정했다. 새 정부 국정 과제 1호는 안보와 경제였어야 한다.
지금 국민은 전례 없는 안보 불안을 느끼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북은 핵미사일 개발을 빨리 끝내야 하고 미국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김정은의 도발이 계속되자 미국에선 "군사적 옵션이 준비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다. 추석 선물로 생존 배낭이 등장할 지경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할 일이 없다'고 하고 외교부 장관은 전술핵과 전
략핵도 구별하지 못한다. 국가 에너지 대계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원전 정책이 비전문가들 손에 넘어가 있고, 미·중과의 통상 마찰,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문제 등은 앞으로 우리 경제에 어떤 후폭풍을 일으킬지 모른다. 정부가 전 대통령, 전전 대통령과 전쟁하더라도 이 시급한 국가 현안을 조금이라도 먼저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은 상식의 물음일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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