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 시각)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2001년 일본 가는 길에 북한에 들러 현 북한 지도자의 아버지(김정일)와 만났다"며 "그가 당시 내게 '원자탄을 보유하고 있다. 단순한 대포로 서울까지 쉽게 날려 보낼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G8(주요 8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00년 7월이다. 2000년을 2001년으로 착각하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17년이나 지난 지금 왜 그 사실을 공개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김정일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것 자체는 사실일 것이다. 만약 당시 그런 사실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북핵 수준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면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 전개됐을 수 있다. 그러나 푸틴은 이를 일체 비밀에 부치다가 북이 핵탄두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기 일보 직전인 지금에야 공개했다. 북핵 갈등이 러시아 대(對) 미국의 게임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김정일이 원자폭탄을 가졌다고 말한 시점은 1차 핵실험 6년 전이다. 김정일이 허풍을 떤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김정일은 핵으로 남한을 인질로 잡고 깔고 앉으려는 생각을 이미 당시부터 하고 있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국제사회와 협력을 통해 북을 압박해야 될 시기에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전쟁이냐 평화냐' 같은 말로 국면을 호도했다. '햇볕정책'이란 대북 환상과 착각이 없어지지 않는 한 북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하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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