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다방
전상열
종로2가 미도다방에 가면
정인숙 여사가 햇살을 쓸어 모은다
햇살은 햇살끼리 모여앉아
도란도란 무슨 예기를 나눈다
꽃시절 나비 이야기도 하고
장마철에 꺽인 상처 이야기도 하고
익어가는 가을 열매 이야기도 하고
가버린 시간은 돌아오지 않아도
추억은 가슴에 훈장을
달아준다
종로2가 진골목 미도다방에 가면
가슴에 훈장을 단 노인들이
저마다 보따리를
풀어놓고
차 한잔 값의 추억을 판다
가끔 정여사도 끼여들지만
그들은 그들 끼리
주고받으면서
한 시대의 시간벌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