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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5년후, 이 나라는

by 진밭골 2017. 8. 15.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나라 곳간을 헐고 있다. 임기 내 수조~수십조원이 들어가야 할 정책을 하루가 다르게 쏟아낸다. 수백억~수천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은 존재감도 없다.

대통령은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올리는 입법을 하기로 했다. 3년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약 90만 명을 늘리는 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도 내놓았다. 건강보험 하나로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도 밝혔다.


  기초연금 인상은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218천억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확대는 총 10조원짜리 세금 청구서다. 복지의 속성상 5년 후에는 이보다 더한 청구서가 국민들에게 날아들 것이다. 건강보험 강화 역시 임기 내에만 306천억원이 필요한 사업이다. 건보가 쌓아둔 누적 적립금을 빼 쓰고, 건강보험료를 올리고도, 국고를 지원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나라가 국민의 건강을 모두 책임져 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늘리거나, 기초연금을 올리는 것도 반대하기 힘들다. 빈부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는 일이요, 복지의 바람직한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찜찜하다. 왜일까. 5년 후, 10년 후에도 지속 가능할까에 대한 우려가 큰 탓이다.


  대통령은 재원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중장기적 차원에서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하고 적절히 진도와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을 읽기 힘들다.

건강보험 재정만 해도 대통령은 기획재정부와 충분히 협의해 꼼꼼히 검토했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협의를 했다는 기재부는 지난 3건강보험이 2018년 적자로 돌아서고, 오는 2023년이면 21조원의 기금이 완전 고갈될 것이란 전망을 냈던 바로 그 기재부다. 정권에 따라 전망이 바뀌는 그런 기재부라면 미덥지 않다.

재원 문제가 제기돼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 다른 예산 지출 정책을 내놓는 대통령의 인식은 걱정거리다. 대통령은 오히려 한편에서는 복지 확대의 속도가 늦다는 비판도 있다며 한술 더 뜬다.


  당장 내년이면 우리나라는 고령사회로 접어든다. 초고령사회는 그로부터 8년 후다.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빨리 늙어가는 나라는 일찍이 없었다. 내년이면 전 국민 중 14%가 노인이고 8년 후면 5명 중 1명이 노인이다. 노인들은 2015222천억원을 의료비로 썼다. 하지만 노인 의료비는 현재 정책 아래서도 2020356천억원, 2030년이면 913천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돼 있다. 이쯤 되면 건보 재원을 온통 노인 입원비와 요양 수발비로 써도 모자라고 그 모자라는 금액은 해마다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할 판이다.


  더욱 문제는 세금 낼 사람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15~64세 사이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2019년 이후 청년 인구는 빠르게 감소한다. 문 대통령 임기 4년차인 2020년부터는 연평균 34만 명씩 줄어든다. 지금은 청년실업이 문제지만 대통령 임기 말인 2022년이면 오히려 노동력 부족이 성장 제약 요인이 될 것이란 보고서가 벌써 나와 있다. 지금은 20대 실업자와 자발적 실업자를 합산해 65만 명 정도지만 불과 몇 년 사이 다가오는 청년 인력 감소를 오히려 걱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현재와 같은 경제성장이 지속한다는 전제 아래서다.


  일해 세금 낼 젊은이는 사라지고 노인은 가파르게 늘어난다. 세입 규모는 줄어들고 재정지출 수요는 늘어 현재의 재정 수준으로 감당하지 못할 미래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빚을 내 살 수도 없다. 국가 빚은 하루 1200억원씩 증가한다. 내년 상반기 700조원을 돌파한다. 문 정부는 지난 박근혜 정부의 3.5%보다 정부 재정지출 증가율을 두 배로 늘려 잡고 있으니 앞으로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역시 걱정이 없다 한다.

문 정부는 5년 후 이 나라가 어디로 갈까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매일신문/ 매일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