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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가장 큰 위험은 과도한 반응

by 진밭골 2017. 1. 4.

"대통령이야 새로 뽑으면 된다, 그래서 탄핵 진행... 우리에게 가장 큰 위험은 과도한 반응"

온갖 풍문 그대로 보도한 대중 매체, 위기 외치는 정치인 선동 경계해야

지금 한국 민주주의는 제대로 실천, 헌재 조기심판 요구는 부작용 낳아


< 전문 생략>

  지금 우리가 맞은 혼란은 현직 대통령의 어이없는 실정에서 비롯했다. 대통령의 실정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지만 사회가 뿌리째 흔들릴 일도 아니다. 객관적으로 현 정권의 잘못이 유난히 큰 것은 아니다. 측근들의 전횡과 부패에서 자유로웠던 정권은 없었다. 대기업들의 재산권 침해에서 김대중 정권은 거의 사회주의 수준이었다.


  지금 가장 큰 논점이 된 대기업들로부터 거둔 준조세는 현 정권이 가장 적었다. 대통령 자신의 불법행위를 따지더라도, 북한에 거액을 몰래 불법적으로 송금한 김대중 대통령의 행위보다 더 중대한 잘못을 박근혜 대통령이 저질렀을 것 같지는 않다. 시민들의 마음이 박 대통령에게서 떠나도록 한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 대통령의 기괴한 모습' 만 하더라도, '마오쩌둥을 존경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보다 더 부끄러울 수는 없다. 마오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을 죽이거나 굶어 죽도록 만든 인물로써 히틀러와 스탈린과 같은 사악한 지도자들의 반열에 올랐다.


  온갖 풍문들을 그대로 보도하는 대중매체들의 행태는 이번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웠다. 모두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 대통령의 실정이  그런 개혁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을 새로 뽑으면 된다. 그리고 그런 해결을 위해 탄핵 절차가 진행된다.


  이런 사정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큰 위험이 과도한 반응임을 일깨워준다. 면역 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하면, 큰 병들이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 위기의 원인과 규모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해서, 큰 개혁이 필요한 것처럼 선동하는 정치인들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현 정권의 정책들을 '최순실 추문' 으로 오염되었다면서 번복시키려는 시도는 음험하다. 비록 서투른 시도로 실패했지만, 현 정권의정책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이상형에 보다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었다.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조만간 대통령 선거가 있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사회를 깨끗하게 하는 의식이다. 시민들의 적극적 의사 표명을 통해 분열된 사회가 응집력을 되찾는 절차다.

  그런 정화 절차가 효과를 지니려면, 먼저 탄핵 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서두르라고 요구하는 것은 탄핵 심판의 도덕적 권위를 약화시키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다. '탄핵 소추가 기각되면, 혁명이 기다린다' 면서 헌법재판소를 겁박하는 행위는 더욱 부당하다.

  현명한 시민들은 안다. 말끝마다 위기니 개혁이니 외치는 정치가들과 절제를 모르는 대중매체들의 얘기를 에누리 해서 들어야 함을. 지금은 우리 체제가 건강을 유지하면서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진화하도록 할 길을 차분히 모색할 시간이다.


  복거일(사회 평론가, 소설가) / 매일신문 '대한민국 길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