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모음

고별

by 진밭골 2014. 6. 22.

        고 별

                           상기(1946~ )

 

아내가 많이 아프다

눈 꼭 감고 참고 있다가

문득 혼잣말 처럼 묻는다

‘ 날 사랑해? ’

 

나는 화들짝 놀라 대답한다

' 그럼! 사랑하고 말고! ' 

아내가 생전 하지 않던 청을한다

' 나 한 번 안아 줄래? '

 

나는 고꾸라 지듯 아내를 안는다

목구멍 속으로 비명이 터진다

' 여보! 제발 가지마! '

 

이윽고 아내가 가만히 나를 민다

' 이제 됐어... '

여간해선 울지않는

아내 눈이 흠뻑 젖어있다

 

장례식 날 관뚜껑을 덮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내를 안았다

얼어붙은 눈물

얼음같은 체온

 

사람들이 나를 떼어놓는다

나는 아내를 보낸다

내 남은 삶과

꿈도 함께 보낸다

 

 

 

'시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날의 사랑  (0) 2014.08.13
전소민 전자 시집  (0) 2014.08.11
[스크랩] 5월의 시  (0) 2014.05.14
[스크랩] 그대여 봄과 같이 내게 오세요  (0) 2014.02.19
청령일기  (0) 201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