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는 거의 날마다 자유주의 정책을 시행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늘 문제의 본질을 잘 짚어서 옳은 방
향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가 바라는 자유주의 정책을 시행하는 데는 큰
장애들이 있음이 드러나곤 한다.
무엇보다도, 이미 존재하는 정책들이 새로운 정책의 범위를 좁히고 형
태를 제약한다. 정책은 백지에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긴 역사를 지닌
사회에서 시행된다. 이런 경로종속(path-dependence)은 정책의 본질적
특성이고 사회 개혁이 그리도 어려운 사정을 많이 설명한다.
두 차례의 좌파 정권들이 흔히 반자유주의 정책을 시행했다는 사정은
현 정권이 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하는 것을 특히 어렵게 만든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은 개혁이 어렵도록 정책들을 설계했다. 그가 즐겨 쓴 책
략은 그의 정책들로 부터 이득을 볼 집단들이 나오도록 정책들을 설계
해서 그들로 하여금 그 정책들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런 책
략을 '대못질'이라 불렀다. 익숙한 예는 종합부동산세다.
이런 사정은 대 북한 정책에서 가장 괴로운 모습으로 나온다. 김대중 정
권과 노무현 정권의 유화 정책은 북한의 공격적 태도를 보상해주는 어리
석고 위험한 정책이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그 사실을 유창하게 말해
준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에 '햇볕 정책'이라는 이름을 달고서 전쟁 방지
와 민족적 협력을 위한 정책이라고 선전했다. 물론 북한 정권은 그것에서
큰 이득을 보아 왔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대 북한 정책은 원칙에 맞고 현실적이다. 그러나 그
것은 좌파 정권들의 유화 정책이라는 부정적 유산을 걷어내고 세워져야
한다. 당연히 시행하기 어렵다. 원래 유화 정책을 바꾸는 일은 위험하고
인기가 없다. 북한에 대한 유화 정책은 하도 굳게 자리 잡아서, 그것을 조
금이라도 바꾸려는 시도는 이내 북한의 거센 반발과 국내 좌파 세력의 조
건반사적 비난을 부른다.
물론 그런 저항은 예견되었던 것이고 이 대통령이 제시한 정책은 꿋꿋이
추진되어야 한다. 북한의 위협적 태도와 무지막지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우리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다.남
북한 사이의 관계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관계에서 따로 떼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남북한의 대결은 여러모로 취약한 북한 정권엔 감당하기 어
려운 짐이다.
여기서 결정적 요소는 우리 사회의 응집력이다. 우리 시민들이 뭉쳐서 북
한의 위협에 대응한다면, 북한의 공격적 조치들은 힘을 크게 잃을 것이다.
우리가 뭉치지 못하면, 이 대통령은 외롭고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 이 대통령에게 많은 시민들의 굳은 지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매일신문 복거일의 시사코멘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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