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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이야기

부부 간통 공갈단

by 진밭골 2021. 7. 24.

 어수룩한 장사꾼이 당나귀 세마리를 몰고 몇날 며칠을 걸어 법성포에 다다라 저잣거리 주막에 짐을 풀었다. 이튿날 날이 새면 굴비와 멸치를 사서 바리 바리 나귀 등에 싣고 영월로 돌아갈 참이다.

 

쇠고기국밥에 막걸리 한호리병을 비우고 나니 초저녁부터 눈꺼풀에 납덩어리를 매달았는지 졸음이 쏟아졌다. 방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전대는 단봇짐 에 넣어 베개처럼 베고 잠이 들었는데, 너무 더워 잠이 깨고 보니 엄동설한도 아닌데 군불을 얼마나 지폈는지 방바닥이 설설 끓었다.

 

들창도 없는 방이라 장사꾼은 하는 수 없이 방문을 열고 윗도리를 훌렁 벗은 채 또다시 잠이 들었다.

얼마나 밤이 깊었나. 이상한 낌새에 잠을 깨니, 아니 이럴 수가. 웬 여인이 장사꾼의 팔베개를 베고 누워 있는 게 아닌가.

 

다른 손으로 더듬어 보니 젖무덤이 물컹! 아래로 내려가니 삼각지에 우거진 풀숲이!

“누구요? 당신 누구요?” 바로 그때 우당쾅쾅 짚신발들이 방에 쳐들어오며

 

“이 연놈들이 초저녁부터 눈길 주고받는 게 수상쩍다 했더니…”

벼락 고함을 지르는 남자는 바로 주막 주인이고 발가벗고 누워 있던 여자는 주막 안주인이다.

 

험상궂게 생긴 주막 주인이 마누라의 머리채를 잡아끌자 발가벗은 채 나 죽는다 고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니 주막집 방방 마다 투숙객들이 모두 나와 희한한 구경 거리에 정신이 팔렸다.

 

여자는 옷가지를 주워 앞만 가린 채 마당을 가로질러 줄행랑을 치고, 주막 주인은 몽둥 이를 강원도 장사꾼을 향해 치켜들었다.

 

그때 투숙객 중 한사람이 잽싸게 몽둥이를 낚아채며

“이러다가 살인 나겠소” 하며 황소처럼 뿔난 주막주인을 가로막았다.

 

주막 주인이 발길질을 해대자 투숙객은 그의 허리를 잡고 밀치다가 두사람이 마루 에 나뒹굴었다.

“내 저놈을 옥에 쳐 넣을 게야!” 주막 주인이 씩씩거리며 부엌에 들어가 막걸리 한바가지를 벌컥벌컥 들이켤 때, 싸움을 말린 투숙객이 강원도 장사꾼에게 다가갔다.

 

“형씨, 어쩌다 그런 실수를 저질렀소? 날이 새면 관가에 고발할 테니 주막 주인 에게 용서를 비시오.”

“나는 결백하외다.”

 

“숙박객들 모두가 다 봤는데 혼자서 결백 하다고 우기니, 나 원 참….전대를 주인에게 주고 통사정해 보시오. 돈 뺏기고 감방에 갇히지 말고!” 강원도 장사꾼은 고개를 저었다.

 

날이 새자 주막 주인 부부와 장사꾼, 그리고 증인인 투숙객이 사또 앞에 섰다.

주막 주인이 이를 갈며 사건의 전말을 얘기 하고 나자 사또가 말했다.

 

“남의 여자를 간통한 놈도 입이 달렸는가?”

“소인이 문을 걸고 자다가 왜 문을 열었고 어찌하여 여자가 몰래 들어오게 됐는지 현장 검증을 해 주십시오.”

 

숙맥 장사꾼의 말에 사또도 놀라고 주막 주인도 놀랐다.

사또가 육방관속을 대동하고 손수 멀지 않은 주막으로 갔다.

 

“이 초여름에 왜 소인의 방만 그토록 군불 을 지폈는지 주인장에게 물어봐 주십시오.”

다른 방은 방바닥이 냉랭한데 강원도 장사꾼 방은 아직도 뜨끈뜨끈했다.

 

곧 동헌 앞마당에 곤장 소리가 철썩이고 세사람의 비명은 하늘을 찢었다.

싸움을 말리고 흥정을 붙이던 투숙객도 한패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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