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광복회장은 15일 광복절 75주년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은 민족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라며 ‘친일 청산’을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시키고 친일파와 결탁했다”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는 베를린에서 만주국 건국 10주년 축하연주회를 지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충원에서 친일행위자 묘를 이장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이른바 ‘파묘법’)을 촉구했다.
김 회장의 기념사는 정치 유세로 여길 만큼 편향적이고 분열적인 언사로 가득했다. 일부러 논란을 만들기로 작정한 듯했다. 김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미 간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워킹그룹을 ‘일제 통감부’에 비유하는가 하면, 고 백선엽 장군을 칭송한 주한미군사령관을 본토로 소환하라는 서한을 백악관에 보내기도 했다. 이번에는 그 정도를 넘어 아예 빗나갔다.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이 아닌, 우리 사회 내부를 겨냥했다.
김 회장은 초대 대통령과 애국가 작곡가에 대한 일부 사실만을 근거로 ‘친일민족반역자’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친일을 비호하면서 자신을 보수라고 말하는 것은 매국노 이완용을 보수라고 우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친일을 보수와 연결했다. 역사적 인물의 공과(功過)에 대한 객관적·종합적 평가는 아예 안중에도 없고 제멋대로 딱지를 붙여 이후 수십 년 역사를, 나아가 그 세월을 살아온 국민의 삶을 친일이냐 아니냐로 갈랐다. 그는 “친일 청산은 여당·야당의 정파적 문제도, 보수·진보의 이념의 문제도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그가 제시한 ‘민족-반민족’ 구조는 그런 편 가르기와 과연 무엇이 다른가
이러니 공화당과 민정당 당료를 거쳐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 회장의 이력도 새삼 부각될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원죄이자 평생의 업으로 여긴다”고 했다지만, 이후 그의 정파적인 언행은 그런 반성을 무색하게 만든다.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이 모인 광복회는 우리 독립운동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단체다. 선동적인 논리로 분열을 부추기는 김 회장이 그 대표로서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동아일보
'논 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력 입맛대로 대검 힘 빼고, 부패 수사역량만 약화시킨 檢개혁 (0) | 2020.08.26 |
---|---|
애국가를 부정한 김원웅 광복회장 (0) | 2020.08.17 |
민심 이반 참혹한데 그게 일시적 현상이라는 여권 (0) | 2020.08.15 |
추 장관 참모 중용한 검 인사, 수사공정성 의심받지 말아야 (0) | 2020.08.08 |
오로지 ‘정권 입맛’ 잣대로 휘두른 檢 장악 인사 (0) | 2020.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