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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충견 아니면 다 좌천' 검찰이 文·尹 사조직인가

by 진밭골 2019. 8. 3.

  31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적폐 수사'를 주도했던 검사들이 핵심 요직을 싹쓸이했다. 앞서 있었던 검사장급 인사에서도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대거 검사장으로 승진해 주요 보직을 맡았다. 국가 공직 인사가 아니라 무슨 정당 파벌 인사 같다. 적폐 수사는 정권이 국정 과제 제1호로 내세웠던 사안이다. 수사가 아니라 인간 사냥이었다. 마구잡이식 압수 수색과 별건 수사, 인격 살인과 다름없는 피의사실 흘리기가 난무하면서 수사 대상자 4명이 자살했다. 일부 사건에선 무죄 판결도 잇따르고 있다. 그 검사들에게 포상 잔치를 베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비리가 있다면 엄정하게 (수사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대통령이 자신의 사냥개와 같은 검찰을 향해 '살아 있는 현재의 우리 권력'도 수사하라는 말은 믿기는 어려웠지만 의외로 들렸다. 하지만 이 역시 마음에도 없는 말이었다. 불과 6일 만에 살아 있는 '문재인 권력'을 수사한 검사들에게 불이익을 줘 모조리 쫓아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청와대 비서관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수사한 부장검사는 지방 발령을 받자 결국 사표를 냈다. 사건 담당 검사장과 차장검사 역시 승진에서 탈락하자 사직했다.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했던 검찰 간부들도 사표를 내거나 한직인 고검 근무 발령을 받았다. 정권에 유리한 수사를 한 검사들에겐 단체 승진 잔치를 벌이고 산 권력 수사라는 어려운 결정을 한 검사들에겐 인사 보복을 가하고 쫓아냈다.

  과거 '이석기 사건'을 기소했던 검사,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정부·여당 안을 비판했던 검사들도 줄줄이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 이번 인사 과정에서 사표를 낸 검사가 50명에 달하고, 검찰 내부에서조차 "이토록 노골적인 줄 세우기 인사, 편 가르기 인사는 역대 정권에서 겪어 본 적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같은 기준에 따라 수사할 때 검찰 중립이 지켜진다고 믿었다"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엷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사직의 변(辯)을 올렸다. 대다수 검사들의 심정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번 검찰 인사는 문 대통령과 윤 검찰총장이 전국의 검사들을 향해 권력의 충견 노릇을 하지 않으면 '검찰 내에서 미래가 없다'고 협박한 것과 같다. 대통령 인사권이라고 이렇게 마음대로 휘둘러도 되나. 이것이 직권남용 아니면 무엇이 직권남용인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가 진짜 비리다. 앞으로 어떤 검사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파헤치겠나. 거기서 나아가 이 정권 후반기, 말기로 갈수록 권력이 검찰을 이용해 사람들을 겁박하는 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자신의 청와대 비서를 법무장관에 임명할 것이라고 한다. 검찰 장악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에게 약속한 것과 어떻게 이렇게 정반대로 할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01/2019080103329.html